'제1회 국제 지식재산권 분쟁해결 컨퍼런스’ 마스터클래스 리더로 참가
"향후 지식재산권(IP) 분쟁은 더욱 고도화되고 급증할 것이다. 전통적 강호인 미국과 유럽을 넘어 중국이 급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지식재산 가치에 대한 산정을 위한 기준이 형성돼 가는 추세다. 이에 맞춰 한국의 정부와 기업도 특허 가치 평가 기준을 높이고 저평가돼 있던 특허 가치의 상향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1회 국제 지식재산권 분쟁해결 컨퍼런스'의 마스터클래스 리더로 한국을 방문한 앨런 콕스 박사는 16일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이 지재권 분쟁에서 주도적인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저평가된 특허 가치를 높이고 세계의 지식재산 기준에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콕스 박사로부터 국제지식재산권 분쟁 동향과 한국의 향후 대응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이 지재권 분야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 기업의 특허분쟁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기업이 점점 글로벌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지식재산 분야에서 중요한 이슈는 특허를 어떻게 만들고 등록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보호하고 특허를 통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대비할 수 있느냐다. 이제는 제품을 국가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국제적인 규모로 판매해야 하는 시대다.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국제적으로 특허를 보유하지 못하면 벌금을 무는 것을 넘어 시장을 잃게 되고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한국은 삼성으로 인해 특허에 눈을 떴지만 이것은 단편적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다가올 일이다. 특허를 통해 기회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재앙을 맞이할 것인지는 얼마나 철저하게 분쟁에 대비하는가에 달려 있다. 특허산업이 중심이 된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가까운 중국의 특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게 대비해야 한다.
―같은 특허도 한국과 미국의 배상액 차이는 10배 가까이 난다. 이를 해결할 공통의 룰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미국의 특허 산정 가격이 너무 높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 미국이 부여하는 특허의 가치가 경제적으로 봤을 때 맞고, 점차 세계 각국들도 이 기준에 맞춰갈 것이라 생각한다. 각국마다 특허 가격에 대한 정책이 다르고 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다르지만 최근 '글로벌 스탠더드'가 암묵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어떠한 특허권에 대해 각각의 가치를 알고 있고 삼성과 LG 또한 그럴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직 각국의 특허 법원들이 이 기준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낮은 배상액 판결은 자국의 특허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지재권에 대한 미국의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의 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이 기준을 인정하고 빠르게 따라올 것인가, 아니면 뒤처질 것인가다. 중국은 이미 지재권 시장과 분쟁 그리고 관련 산업에 있어서 급성장을 이루며 발전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엔 특허분쟁에서 중국 기업이 선전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지재권 보호에 대한 지나친 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지재권 분쟁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은 분명한 문제다. 또 비합리적인 특허 가격 산정으로 경제적인 해악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경쟁사회에서 지재권 분쟁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피해를 최소화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균형'과 '기준설정'이다. 산업마다 지재권을 얼마나 더 보호할 것인지 말 것인지 정해야 한다. 지재권의 보호보다 공유를 강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에 대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오픈 이노베이션은 정보기술(IT)이나 전자 쪽에서 산업 발전을 위한 진리일 수는 있지만 제약업계에는 다르다. 신약 개발에 엄청난 초기 투자가 필요해 그 산물을 특허권으로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증가할 지재권 국제분쟁 가운데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현재 지식재산 분쟁은 전자산업과 모바일 기술 분야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전자와 바이오 기술 분야에서 지재권 분쟁이 확산될 것으로 본다. 제약 분야에서 지재권 분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재권 분쟁은 항상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과 연결돼 있어 이 분야에 대한 특허 보호가 사전에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중국과의 지재권 분쟁을 치르게 될 것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특허에 적극적인 보호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유럽의 기업뿐 아니라 카피캣에서 빅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능동적으로 그들보다 한발 앞서 지재권 분쟁 대응할 수 있도록 인식과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앨런 콕스 박사는 미국 뉴욕에 위치한 법률 및 경제분석 컨설팅 회사 NERA 이코노믹 컨설팅의 부사장으로 지식재산 분쟁 및 독과점금지, 법률보증과 관련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베이징, 캐나다 토론토에서 활동 중인 지식재산 법률 및 경제 전문가다. 지식재산(IP) 분야에서 콕스 박사는 반도체와 생물공학, 통신, 소비재 등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디자인 특허 위반,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기술 공유 협정, 특허 사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손해 배상액 자문과 산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콕스 박사는 세계적 경쟁법 전문지인 글로벌 컴피티션 리뷰(GCR)가 매년 변호사와 경제학자 중 우수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후즈후(Who's Who)' 2009년도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