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퍼스트제네릭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일도 머지 않아 보인다.
한미약품이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로 원개발사의 특허장벽을 무너뜨리고 미국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다른 제약사들도 특허도전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에서 탁소텔(사노피), 글리벡(노바티스) 특허무효를 이끌어냈던 보령제약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광범 보령제약 부장(특허팀)은 15일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약 IP 글로벌 혁신 포럼'에서 보령제약의 퍼스트제네릭 미국 시장 도전 계획을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는 원개발사의 특허를 깬 제네릭사에 180일간 시장 독점권이 부여된다.
예를 들어 테바는 2010년 머크의 고혈압치료제 '코자'의 특허를 무너뜨려 180일 동안 퍼스트제네릭 지위를 얻어 약 31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기간동안 테바의 퍼스트제네릭은 오리지널 매출을 크게 앞지르며, 경제적인 약가와 시장 독점권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내수시장 성장이 둔화된 국내 제약사로서는 미국 시장에서 퍼스트제네릭 진출이 매력적인 사업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생산, 현지 제품개발, 특허소송 등의 부담으로 지금까지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부장은 그러나 한국인의 근성과 빠른 특성, 특허도전 경험 등을 비춰볼 때 미국시장에서 퍼스트제네릭 도전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령제약은 미국 시장 퍼스트제네릭 도전품목을 정하며 진출비용과 기대효과를 검토하기도 했다.
김 부장은 길레니아(노바티스)의 퍼스트제네릭 계획을 세웠다 중단된 사례를 소개했다.
길레니아는 다발성경화증치료제로 2017년 제네릭 진입이 예상된다. 보령제약은 미국 퍼스트제네릭 개발 비용으로 약 68억원에서 102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원료 및 제품생산에 10~15억원, 시험약 생산 에 5~10억, 임상시험에 5~7억원이 예상됐다. 현지 특허 소송비용으로는 40~60억원이 전망됐다.
김 부장은 국내 경영진들이 미국 진출을 망설이는 결정적인 이유가 '현지 특허 소송비용'이라며 실익을 따져보면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2017년 길레니아의 퍼스트제네릭이 180일 독점기간 동안 올릴 수 있는 예상 추정매출은 약 1970억원이다. 투자비용의 몇십배의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원료연구와 제제합성에 강점인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CMO와 현지 CRO를 잘 활용하면 특허전략을 통한 미국 퍼스트제네릭 진출사업도 해볼만 하다"며 "특히 한국인의 빨리빨리 성향과 근성이 미국 시장에서 퍼스트제네릭 사업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또한 퍼스트제네릭 수익으로 신약에 투자하는 '자본 선순환'도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하반기쯤 보령제약의 미국 퍼스트제네릭 사업이 구체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발표가 끝난후 기자를 만난 김 부장은 "국내 여러 제약사들도 미국 퍼스트제네릭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