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5 15:02
오너 위주의 경영구조가 국내 제약산업의 인수합병(M&A) 활성화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동안 제약산업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산업의 영세한 구조를 탈피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약사간의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5일 한국제약협회에서 열린 `제약산업 발전과 글로벌 확장ㆍ제휴 전략 콘퍼런스`에서 정은영 보건복지부 제약산업팀장은 "일본의 경우 90년대 내수 위주 시장 성장 한계에 봉착하고 제네릭 약가 인하 조치를 취하는 등 현재 국내 제약산업과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지만 2000년대 이후 일본은 M&A를 통한 대형화를 추진하고 해외 진출을 본격화해 세계 50대 기업 9개를 창출했다"며 "아직까지 국내에 성공적인 모델이 없다보니 M&A 자체를 두려워하는 부분이 있지만 내수에서 글로벌로 나가기 위해선 M&A나 전략적 제휴 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복지부가 `글로벌 M&A 펀드`를 조성하고, 녹십자가 바이오벤처 이노셀을, 글로벌 제약사 알보젠의 근화제약을 인수하는 등 M&A가 차츰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승현 삼정KPMG 상무는 "국내 M&A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은 오너 위주의 주주구조, 전략적 성장보다는 조직적 성장 추구, 제약사의 중복된 비즈니스, 약가인하 등으로 인한 기업가치 평가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창립 오너를 중심으로 M&A를 매우 정상적이고 높은 수준의 하나의 전략으로 보는 관점보다는 부정적으로 보는 정서의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리경영, 투명경영, 국제회계 기준 등을 스스로 갖추지 못하면 해외 파트너들과 얘기를 시작하기조차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연훈 PWC삼일회계법인 고문 역시 "국내 제약사들은 강력한 오너십 문화로 업계의 강력한 재무적 어려움 등 구조조정 동인이 없을 경우 매각 의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코스피 상장 제약사의 평균 시가총액은 약 2500억원 수준이며 상위 5개 제약사를 제외하면 약 1200억원 수준"이라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 40∼50%를 취득한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최소자금 480억원을 보유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해 M&A 추진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확한 목표나 방향성 없이 M&A를 통한 신사업을 추진할 경우 자원만 낭비하고 실질적 결과를 창출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사업전략의 혼선을 야기해 기존 사업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M&A를 위해선 명확한 방향성의 정립과 오너의 미래에 대한 확신과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namdo0@dt.co.kr